기습적인 화폐 개혁
<최광희 목사>
2009년 11월 30일을 기해서 북한은 기습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그
동안 무역과 장사를 통해서 많은 돈을 모은 자본가들의 목줄을 죄기 위해 화
폐를 개혁한 것입니다.
갑자기 단행한 화폐 개혁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에서는 그동안 중국과 공공연한
밀무역을 통해서 그리고 장마당을 통해서 자율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
습니다. 사실 그것은 그 동안 인민들이 굶어죽는 것을 막아주는 젖줄이었습
니다.
하지만 이제 아무리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일인당 가구당 15만원 밖에 새
화폐 교환을 해 주지 않아 그동안 모아놓은 모든 돈이 졸지에 휴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북한에서 노동자의 평균월급이 2000원이고 장마당에서
쌀 1kg에 900원, 돼지고기는 1kg에 2500원이라고 합니다.
평균월급이 2000원인 점을 참고하면 15만원은 제법 큰 돈 같지만 쌀 1kg에
900원인 것을 참고하면 15만원은 너무 적은 금액입니다. 소형 칼라
텔레비전
하나가 북한에서 30만원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물론 이런 화폐개혁이 북한에서는 처음이 아닙니다. 북한에서는 화폐개혁이
1947년, 1949년, 1959년, 1979년, 1992년에 이서 이번이 6번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1953년, 1962년에 화폐개혁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베트남, 터
어키, 짐바브웨 등 여러 나라에서 화폐개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에 북한은 교환해주는 화폐의 금액을 정해놓았
다는데 있습니다. 15만원 이상 가진 모든 부자는 졸지에 망하고 말았습니
다. 그동안 뼈빠지게 노력해서 번 돈이 모두 휴지조각이라니 아마도 자살하
는 사람이 속출할 것입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 돈으로 좀 더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이웃에게도 몹쓸
짓 하지 말고 많이 베풀면서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장사할 때도 그
렇게 야박하게 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에게는 좀 베풀면서 장사했더라면 본인
도 이웃도 훨씬 더 행복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 화폐개혁 소식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수단과 방법을 다해 재물을 모으고 소유를 늘리고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우리가 속
한 나라가 바뀌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 날이 언제인지 아
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이 세상 나라가 아닌 하나님 나라에 도달
할 것입니다.
나라가 바뀌어 버렸기에 그 나라에서는 이 나라의 화폐가 통용되지 않을 것
입니다. 북한에서 그 동안 사용하던 화폐를 12월 6일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
게 된 것처럼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용하던 화폐는 천국에서 더 이상 사용
할 수 없습니다. 화폐뿐 아니라 내가 가진 모든 직위와 명예와 힘도 거기서
는 통하지 않습니다.
미국 여행을 할 사람은 미리 달러를 준비해야 합니다. 만일 출국일이 정해지
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야 한다면 사전에 꼭 필요한 만큼의 한
국 돈만 가지고 나머지는 모두 달러로 바꾸어놓아야 할 것입니다. 세상에 사
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날 갑자기 천국으로 출국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
리는 천국으로 부지런히 송금해 놓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 6:21)고 하셨
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
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
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
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마 6:19-20)고 하셨습니다.
여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부지런히 재물을 쌓고 만족하는 사람에게는 이렇
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
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
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
으니라”(눅 12:20-21).
천국도 갑자기 임할 것
북한의 기습적인 화폐개혁 때문에 깜짝 놀라고 졸지에 망한 사람들을 생각하
면서 우리는 혀를 찰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그와 같은 기습에 당하지 않도
록 지혜롭게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갑자기 성탄절날에 오셨던 것
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