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에 빠진 한국 교회
장도영 목사_인천노회장, 인천남교회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슈는 인간 사회에서 굉장히 풀기 어렵고 난해한 문제이다. 인간
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삶을 영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주위 환경을 필요에 따라
개발하여 보다 나은 삶을 누리려 하기 때문이다.
개발과 보존 풀기 어려운 숙제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근대화를 이루었고 이에 대한 자부심은 개발의 심각한 후
유증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는 선진국의 이슈와 개도국
의 이슈가 함께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구조이다.
환경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우리 사회는 도시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수요와 공급의 시
장 논리에 의한 도시 계획이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 가운데 나타나
는 여러 가지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달 모 기독교 신문에서 ‘교인 80% 이상 이주로 교회당 존폐 위기 직면’이라는 1
면 기사를 읽었다. 기사가 인용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지역이 전
국 28개 지역이고 1,339개 구역 안에 세워진 1만여 교회가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기
사였다.
지역 개발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그동안 당사자가 아닌 경우 무관심해 온 것
이 사실이다. 많은 목회자들은 개발로 인해 환경이 바뀌면 정체되어 있던 교회가 변화
되고 부흥하게 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주님의 지상 명령인 복음을 전파하여 태신자를 얻고 하나님 나라
의 영역을 확장해 가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잘못 학습된 교회 성장론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여러 사례를 보더라도 성도들이 개발과 함께 그 지역에 정착할
경제력이 없어 타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면 이주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교회 공동체
와 대부분 멀어지고 떠돌이 신앙생활을 하다가 아직 영적으로 어린 신자의 경우 신앙
적 휴면 상태에 들어갈 위험성이 크다는 데 있다.
현 택지 개발 촉진법과 재개발 관련법에 의하면 상가 교회는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시
설비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이주비용만 받고 쫓겨나게 되어 있다. 또한 일부 극소수 종
교 부지를 받게 될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교회의 경우라 하더라도
토지 보상가의 300%
에 육박하는 분양가로 교회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바대로 재개발 재건축시 기존 인구의 정착률이 평균 20% 내외임을
고려해 볼 때 교인의 70-80%가 떠난 상태에서 상향된 건축비를 감당하여 교회를 건축한
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자명하다. 실제 재개발 지역 내 종교부지는 분양
받은 교회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되팔아 기타 지역의 대형 교회가 이주해 오는 경우
가 많다.
재개발 과정에서 지역 조합과의 마찰은 주민과의 갈등을 유발시켜서 장기적으로 선교
에 큰 악영향을 끼칠 소지도 있다. 그리고 교회 폐쇄로 인한 무임 목사가 늘어날 것이
전망되기도 한다.
카톨릭의 경우나 불교 사찰의 경우와는 달리 개신교회는 일반 수용자와 같이 택지개발
촉진법과 재개발 관련법이 적용되어 현 이명박 정부 아래서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
는 실정이지만 개신교 연합체 단위의 대책은 오늘까지 전무한 상태에 있다.
최근 몇년간 한국 교회는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리고 교회 부흥을 위해서는
절대 다수를 이루는 중, 소형 교회가 성장하지 않고는 그 흐름을 반전시킬 수 없다
는
위기의식에서 몇몇 교단이 최근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총회 차원에서 개발 지역내 교회
들의 아픔에 동참키로 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기존 교회 자립 위해 힘 모아야
금년 3월 ‘신도시/재개발 지역 전국교회연합’이라는 연합체가 만들어져 택지개발 촉
진법과 재개발 관련법 폐지와 대체 입법 촉구를 위해 활동중에 있다. 신학교를 졸업하
고 맨주먹, 눈물과 기도로 교회를 세워 이제 겨우 자립하여 주의 나라를 위해 열심히
사역하는 동역자들의 꿈이 꺽여가는 현실을 부담 없는 경기 관전하듯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지역 개발 문제는 환경 보존과는 차원이 다르고 주민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서 마냥 피해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교회들이 개교회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거
시적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가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에 있다고 하겠다.
자본주의 경제 논리로 문 닫는 이웃 가게 쳐다보듯 쳐다보는 동업자가 아닌 하나님 나
라의 동역자의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목사의 존재 이유는 주님의 교회와 함께이
다. 교단의 존립 기반도 건강한 신학을 바탕으
로 한 교회에 있다.
개척하는 것보다 기존 교회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어떤 동역자의 말을 되새기며 늦
었지만 교단 차원의 조사와 연구와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