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를 생각하면서…
장귀목사/ 중서울노회장,일산은혜교회
최근 부천에서는 개척교회 목회자가 교회성장이 더디다는 이유로 무차별 방
화를 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일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목회자들
의 현실을 보여준 듯합니다.
사명감에 목사는 되었는데, 목회할 자리는 없고, 그래서 많은 목사님들이
힘들게 교회 개척을 시작합니다. 목사가 된 사람들 중에는 다행히도 부목사
가 되어 사역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이 40이 넘어가면 상황은 마찬
가지가 됩니다. 나이 40에 부목사로 있기에는 눈치가 뵈어 다른 자리를 찾아
보지만 담임 목사로 가기에는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보니 천상 교회 개척을
하게 됩니다. 크고 좋은 교회에 있으면 나름대로 편안하게 개척을 시작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혼자 어렵게 개척을 해야 합니다. 통계에 의하
면, 목회자 홀로 개척을 시작하는 사람이 48%, 몇몇이 같이 동참해 개척하
는 경우가 30%, 교회에서 개척해 주는 경우가 14.7%, 교단에서 개
척하는 경
우는 6.7%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어렵게 개척을 시작하는 분들이 거의 80%
수준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개척을 시작했다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개척은 시
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흥 속도가 더디고 심지어 침체의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게다가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
게 됩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속에서 다시 결심하고 목회에 열심을
내보지만, 상황은 제자리 걸음이 됩니다. 몇 번 그러다 보면 지치고 의욕을
잃고 점차 목회에 대해 회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이는 자라나고, 미래는
보이지 않고, 나이는 먹어가고… 물론 믿음으로 사명을 잘 감당하시는 분들
도 계시지만 현실적 상황은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현재 한국교회의 대체적인 통계를 보면 1천명이 넘는 교회는 전체 교회의
4% 정도, 300-1천명 정도의 교회는 6% 정도, 그리고 100-300명 정도의 교
회는 20%, 그리고 100명 미만의 교회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
니까 대한민국 목회자 중 10명 중에 7명은 교인 100명 미만의 수로 어려운
목회를 하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그나마 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목사는 크든
작든 사역을 하고 있으니 다행인 줄 압니다. 사역지가 없어 그냥 쉬거나 마
지못해 다른 일에 종사하는 목사들은 또 얼마나 되는지 계산도 되어 있지 않
은 상황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현실임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 파
악이나 해결책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단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전체 한국 교회의 퍼센트에 비
해 100명 미만 교회의 퍼센트가 더 높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어려운
미자립교회들이 그냥 방치된 상태로 있습니다. 기껏해야 노회나 교회들에서
얼마간의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것 외에는 전혀 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
고 있습니다. 지교회 목회자들이 알아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발버둥이치는 방
법밖에는 없습니다.
과연 미자립교회들이 부흥하고 성장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각 교회 목회자
들이 알아서 해나가도록 그냥 놓아두는 방법밖에 없을까요? 저는 개인적으
로 뭔가 좋은 방법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특히 제가 사는 일산 지역
에 많은 개척교회들이 있다 보니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모두 다 안정
되고 잘 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끔 밤거리를 올려다보면 한 곳에서 10
여개의 십자가 탑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 목회자들이 어떤 어려움
속에 있을까 생각을 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교단 차원에서 미자립교회들의 문제를 좀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회자들의 처지와 입장에서 어
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도 연구했으면 합니다. 더욱이 인재가 많은 대형
교회에서 어떻게 하면 미자립교회들을 도울 수 있는지 살펴주셨으면 합니
다. 대기업도 잘되어야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건강하고 든든하게 서야 나라
가 견고해 지듯이,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인 줄 압니다.
그런 가운데 개인적으로 미자립교회 목회자님들에게 주제넘은 것 같지만
몇가지 권면해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첫째, 기신자가 오길 바라기보
다 새신자를 전도하십시오. 주변에 믿지 않는 사람들이 80% 이상입니다. 낚
을 고기는 널려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십시오. 둘째, 길게 보고 사역하십시
오. 제가 대학부를 지도하면서 네이게이토에 대해 배우려고 일년 정도 나갔
을 때, 그 책임자가 제게 한 말이 머
리에 남습니다. 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1년에 한 영혼씩 전도하며 키워나가는 기하급수적인 방법을 충실하게 사용한
다면, 10년에 1-2백명의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실제로 그는 홀로 캠
퍼스 사역을 시작한 이래로 10여년이 흘렀는데 그 지구에 모이는 사람들은
200여명이었습니다. 더딘 듯 하나 빠른 길을 택하십시오. 셋째, 자신의 색
깔을 내십시오. 미자립교회일수록 잘되는 교회의 방법을 닮으려고 하는데,
그것보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사를 찾아 내 목회 색깔을 두드러지게 하십시
오. 거기에 하나님의 역사가 있는 줄 압니다.
이런 제안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럼에도 우리 교단
과 많은 교회들이 연합해 노력함으로 하나님 은혜 가운데 미자립교회들이 건
강하게 성장하는 날을 소망해봅니다. 미자립교회 목사님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