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끼치고 덕을 세우는 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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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끼치고 덕을 세우는 수련회

김종군(강변교회 협동목사, 합신 생활관장)

여름방학이 되면 대부분의 교회들이 자연을 찾아 여러 형태의 수련회나 캠프
를 연다. 그런 행사를 하는 목적은 평소에 아쉽고 미흡했던 부분들을 채우기 
위함 일 것이다. 일상의 생활을 벗어나 지체들이 한데 모인 가운데 서로의 만
남과 나눔을 풍성케 하고, 집중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영적 재충전의 기회
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수련회를 치르다 보면, 아주 중요하지만 빠트리기 쉬운 것들이 있다. 
몇 년 전 오지에 있는 개척교회에서 교회 청년들과 전도를 겸한 수련회를 열
게 되었는데,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 그 교회 담임 목회자의 얼굴이 밝
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다. 전도를 해 준답시고 가졌던 수련회가 그 교회에
게 유익을 주기보다는 같이 간 청년들이 은혜와 도전을 받고 신앙적인 변화
를 가지게 하려는데 더 역점을 두다보니 허점이 드러나고 말았던 것이다. 

개교회의 이기심으로 수련회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는
데 주력하다보니 목회자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수고하고 애쓰는 것과 저들이 바라고 아쉬워하는 것
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분들에게 요구만 하였지 따뜻한 사랑
을 주질 못했고, 눈살을 찌푸릴만한 청년들의 행동을 방치했던 것이다. 사례
비와 선물과 사용료를 드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 다음부터는 시골교회에서 수련회를 열 경우 그때의 실수를 교훈 삼아 프로
그램보다, 청년들이 은혜를 받게 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을 섬기고 배려하
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번은 어느 시골교회에서 수련회를 가지게 되었
을 때, 그 교회 사모님과 아이들을 섬기고 사랑하는 데에 최대의 역점을 두기
로 한 적이 있다. 수련회를 치른 후에 스트레스와 실망과 쓰레기와 몇 십만 
원의 헌금만 남겨놓고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였다. 

프로그램이나 전도에 차질이 생겨도 좋으니 사모님과 아이들을 섬기고 사랑하
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이기로 하였던 것이다. 아이들 돌보는 일, 식사 준비하
고 치우는 일, 청소하는 일 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시도록 하였다. 어떻
게 하면 저들에게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위로가 되고 흐뭇함을 
드릴
까 연구하여 준비해 갔다. 그 의도는 적중했고, 피차간에 잔잔한 감격의 은혜
를 입을 수 있었다. 

요즘은 개인이기주의를 이미 넘어 집단이기주의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리고 있다. 심지어 개교회 이기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회 행사를 치르면서 남의 눈에 집단이기주의 혹은 교회이기주의라는 판단
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 수련회를 열면서 참석한 자들이 많은 은혜를 받아
야 하지만, 질서를 잘 지키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주변에서 돕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섬기고 감사할 줄 아는 가르침과 실천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수련회의 부분이 아니라 핵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분, 청소하고 관리하는 분들
과 주변 사람들에게 돈 몇 만원 주는 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들에 대한 예의와 친절과 따뜻한 섬김과 공공의 질
서를 지키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은혜를 받게 하려는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하
나님을 잘 섬기고 개교회에 충성케 하려는 것뿐만이 아니다. 세상에 나가서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게 하려는데 있지 않는
가? 

은혜 받는 데에 주력하는 것도 좋으나 주변에 은혜를 끼치고 덕을 세우는 수
련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예배형식을 통해 은혜도 입
어야 하겠고,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 데서도 은혜를 입어야 하겠지만, 가까운 
보통사람들을 사랑하는 데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해야 한다. 불신이 팽배
하고 기대감마저 사라져 가는 메마른 이 시대에, 교회는 은혜를 끼치고 덕을 
세우는 가운데 희망의 등불이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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