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신학강좌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호응도가 낮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같다. 우리 교단의 정신적 지주이며 교단적 성격을 규명
함에 있어 늘 잣대로 제시되고 있는 고 박윤선 박사의 사상을 기리고 개혁
의 자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실시되었던 정암신학강좌에 대한 관심이 예전
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8일 남포교회당에서는 제11회 정암신학강좌가 개최되었다. 합신
동문 및 교수들 그리고 교계 인사 등 3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이
번 강좌는 미래 사회에 대한 한국 교회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역할과 책임
을 점검하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수준 높은 강좌는 참여한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개혁교단의 위상을 확인하며 한국 교회의 개혁에 있어 선두
주자로 나선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했다.
그러나 우리 교단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이끌고 가야 할 교단 지도자들과
원로들은 아쉽게도 이 자리에서 몇몇 분을 제외하고는 찾을 수 없었다. 또
한 앞으로 교단을 짊어지고 나가야 할 중진들
역시 그러했다. 나아가 부지
런히 정암의 뜻을 받들고 훈련을 받아야 할 후진들 역시 그러기는 마찬가
지였다. 심지어 이 행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합동신학교 재학생들조차 보
이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 자리는 합신 동문들의 잔치 자리만은 아니다. 우리
교단에 속한 모든 목회자와 교직자와 성도들의 잔치이다. 그러나 주축이
되어야 할 합신 동문들의 무관심 속에서 정암 강좌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또한 정암과 뜻을 같이하며 한국 교회에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중진
들 역시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 쉽게 말한다면
교단 중진들이나 합신 동문들이나 그다지 깊은 호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
해가 거듭될수록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할 우리 교단의 성격으
로 본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주최측의 홍보 부족이
나 각 사람의 사정이 겹쳐 참여치 못한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암강좌는 매년 연례적으로 시행되어 왔었고 늘 관심의 대상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이 문제를 덮어버릴 수는 없을 것
이다.
문제는 과연
우리 교단이 개혁의 의지를 처음처럼 분명하고 확고하게 가지
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암은 생전에 한국교회가 복음을 떠나고 있다는
배도의 현상에 대해 그처럼 가슴아파했었다. 그리고 그의 말년에 개혁 정
신에 투철한 후학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합신을 개교하였던 것이
다. 이러한 정신을 받들어 우리 교단은 적극적인 후원 아래 적지 않은 목
회자를 길러내었음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의 정
신은 지금도 우리 교단이 이어받아야 할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하는 척도 중의 하나가 정암강좌에 대한 관심과 호
응도인 것이다.
주최측은 이 점을 명심하고 차기 정암신학강좌가 교단적 관심과 적극적 참
여 아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암강좌가 한국 신학계에 어떤 지표를 제공하기 위한 수준 높은 강좌로
발돋음해야 한다는 역사적 요청을 중시하기를 바란다. 단순히 정암을 기리
는 정도로 끝나거나 교단 내의 행사로 치부되어선 안될 것이다. 정암이 한
국 교회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처럼 정암 강좌 역시 한국 교회에 일익
을 담당하는 강좌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교단의 정체성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안임을 잊어선 안 된다.
합신 동문뿐 아니라 전 교단의 관심과 호응 아래 정암강좌가 그 맥을 이어
가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바램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