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불의와 교회의 책임
한국사회는 지도자들의 편만한 불의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먹을 음식이 부족하고 화려한 옷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차라리 그런 것들이 부족하다고 해도 신뢰받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면 여타의 것들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치, 경제, 교육, 법조, 종교계 등 썩지 않은 곳이 없다. 나아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기독교 사회마저 예외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을 기만해서라도 정권을 획득하려 혈안이 되어 있다. 기업가들은 많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교육자들도 순수한 본연의 자세를 버리고 직업인으로 전락해 버렸다. 법조인들이 성상납을 받고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종교인들이 신을 언급하며 자기를 위해 신도들을 이용하려는 것이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지도자들 자신이 그런 부정에 얼룩져 있으면서 일반 시민들에게는 윤리와 도덕을 요구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 전 분야의 지도자들의 부패상은 이미 도를 넘었다는 점이다. 일반 지도자들은 그렇다 치고 결코 그러지 말아야 할 기독교 지도자들이라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말을 하면 그렇지 않은 지도자들이 훨씬 많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사실은 그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부정한 동료를 옹호하며 공적인 반성을 뒤로한 채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개선의 여지가 없어진다. 자기의 본분을 지키는 지도자들이 아무리 많다 할지라도 부패한 동료들을 용납하고 감싸 안기에 급급하다면 그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왜 모르고 있는가?
교회는 이러한 위기에 처한 시대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는 교회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말은 교회에 속한 성도로서 사회의 지도 계층에 있다면, 백성들을 속이며 유무형의 악행을 일삼는 나쁜 동료들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건전한 교회라면, 국가와 사회의 지도 계층의 성도들이 외형적 지위에 긍지를 가질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정직하게 행하도록 가르치며 교육해야 한다. 특별히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본을 보여야 한다. 만일 그들이 썩어 부패한 상태라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위기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