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정체성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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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정체성 확립

성주진 교수_합신

우리 교단은 설립 25주년을 계기로 정체성의 확립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였
다. 과거의 은혜를 기반으로 미래의 도약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체성
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교단의 정체성은 소극적
으로는 반교권주의적 교회정치의 실현을 통하여 그리고 적극적으로는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이라는 설립이념의 추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앞
으로 교단의 정체성은 신학과 교회정치와 목회의 영역에서 얼마나 개혁주의
적인 준거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풍성하게 증시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우리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은 칼빈주의적 개혁주의임을 다같이 확인한
다. 우리는 오직 성경만이 신앙과 삶의 규준임을 고백하면서 개혁주의 교리
가 이러한 성경적 진리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
인다. 또한 한국교회의 신학적 스펙트럼 안에서 개혁주의적 신학을 충실하
고 풍성하게 드러내는 것이 교단의 존재를 통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임을 고백한다. 

신학적 정체성은 다른 신학과 비교할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복음주의
와의 비교는 개혁주의의 문화적, 역사적 변혁주의 전략을 드러낸다. 개혁주
의는 또한 성경대로 믿고 개혁주의적 전통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의미에서는 
보수적이지만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기질적 보수주의와 구별된다. 이념과
잉 시대에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지 않고 기독교적 대안을 밝히는 일도 신학
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다음으로 교단의 정체성은 교회정치를 통하여 드러난다. 회중정치, 감독정
치 등과 구별되는 외형적 제도에 만족하여 장로정치의 기본정신을 놓치지 말
아야 한다. 장로회 제도는 목사, 장로, 안수집사, 서리집사, 평신도로 이어
지는 권력구조나 계급조직이 아니다. 장로교 조직은 교회의 유기체적 성격
을 드러내며 계급이 아닌 은사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런 측면에서 동사목
사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평신도라는 말이 부활한 것도 반성할 점이다. ‘구
약교회’에서도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는 다 이스라엘 백성의 ‘형제’였다. 
장로교 조직은 또한 주님이 교회의 머리
라는 점을 전제한다. 교회의 주인은 
성도도 장로도 목사도 아닌 주님이시다. 노회의 주인, 총회의 주인도 주님뿐
이다. 주인 의식은 있어야 하지만 주인 행세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점
에서 권위주의적 교회관은 영광스러운 주님의 몸을 훼손하는 일이다. 공동체
적 섬김을 통하여 주님의 머리되심이 회복될 때 주님의 영광이 교회를 통하
여 드러난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의 상태를 표현할 때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큰 교회와 작
은 교회, 자립교회와 미자립교회, 조직교회와 미조직교회는 나름대로 유익
한 용어이다. 그러나 이는 한 교회가 처해 있는 특정한 상태를 말하는 것일 
뿐 교회의 진정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의 규모
나 재정이나 조직의 상태가 어떠하든 주님의 몸이라는 진정한 정체성이 손상
되지 않음에 유념한다. 

마지막으로 교단의 정체성은 목회를 통하여 드러난다. 목회현장은 성경적 진
리, 개혁주의적인 신학과 정치가 꽃피우는 곳이다. 따라서 개혁주의에 충실
한 목회가 현장에서 풍성한 열매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힘써야 한다. 쉽사
리 패배주의에 빠질 것이 아니라 확신과 열
정을 가지고 개혁주의의 핵심 가
치를 풍성하게 드러내는 목회를 위하여 주님의 은혜를 구하여야 한다.

나아가서 목회의 현대적 대용물을 경계하여야 한다. 목회에는 경영 및 조직
관리와 광고의 요소가 존재한다. 그러나 목회는 경영도 관리도 마케팅도 아
니다. 목회의 본질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데 있다. 성도
는 다양한 종교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다. 
개혁주의는 경영이 아닌 목양, 관리가 아닌 섬김, 이벤트가 아닌 예배, 조직
이 아닌 교제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혁주의적인 부흥과 성장의 신학을 확립하고 실현해야 한
다. 개혁주의는 차가운 인식체계가 아니라 뜨거운 진리의 적용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진리가 회개로, 회개는 부흥으로, 부흥은 개혁으로 열매를 맺는 사
례를 보여준다. 부흥의 불길이 개혁운동의 추진력으로 작용할 때 교회가 정
체되지 아니하고 발전할 수 있다. 부흥의 동력을 상실한 개혁운동은 율법주
의에 빠질 위험성이 상존한다. 

교회가 자기 존재에 충실하게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
는 길이다. 우리 교단의 개혁주의적 
정체성은 이미 주어진 것이다. 지속적
인 발전을 위하여 개혁주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정체성을 확립하
는 일이요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존재를 변명하기보다 주어진 존재에 충실하게 사역하는 것이 존재를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방법이다. 요나단 에드워드의 확신에 대한 언급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확신이란 자기 점검보다는 실천에서 더 많이 
얻어진다.” 이러한 정체성의 확신 위에서 교단의 자유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