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1!
송영찬국장/ daniel@rpress.or.kr
21세기 첫해를 맞이했던 우리는 이제 겸허하게 역사의 흐름을 되돌아 볼 시
간 위에 서 있다. 벅찬 감동으로 시작했던 2001년도 이제 며칠을 남겨두지 않
았다. 처음 시작의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해를 접어야
하는 아쉬움에 젖어 있는 것이다. 그동안 개혁신보를 아끼고 후원한 독자 제
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볼 때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합신과
장신 교단의 연합이었다. 개혁주의 신학과 사상 안에서 각기 길을 걸었던 두
교단이 한 배를 탔다. 이것은 장차 한국교회사에서도 매우 의미 있게 다루게
될 주요 이슈임에 틀림없다. 분열과 이합집산의 시대에서 연합과 일치의 장
을 여는 효시이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어 지난 11월 15일 총회치리협력위원회는 교단의 정체성을 확립하
기 위해 노회 영입 규정에 따라 필요한 분들에게는 노회의 지원 아래 합동신
학대학원대학교에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게 한 결정
은 한국 교회에 또다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결정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획기적인 배려였다.
이 일로 한국 교회는 또 다시 우리 교단의 사려 깊은 결정에 아낌없이 박수
를 보내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 결정을 크
게 환영하고, 자원해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합신에 입학하고자 하
는 분들은 많은데 막상 합신의 목회대학원 입학 절차 및 자격에 대한 구체적
인 협의가 뒤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해당 부서에서 구체적
으로 협의하여 실행하겠지만 좀더 신속한 후속 조치가 따랐다면 금상첨화였
을 것이다. 아울러 영입 교회와 목회자들을 포함한 우리 교단의 통합주소록
이 발행되었다면 연합의 감동이 훨씬 더했을 것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 가슴 벅찬 일도 있지만 반면에 아쉬움을 낳는 일도 있다.
그 중 하나가 고 장경재 목사의 소천이 아닌가 싶다. 한 평생을 고 박윤선 박
사와 함께 한국 교회의 정화와 개혁을 위해 소신을 다 했던 고인은 남아 있
는 우리들에게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의 건물 안에 들어설 수 있도
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 고인이 합신의 발전과 교단에 남긴 발자취는 우리
들로 하여금 진심으로 여호와를 섬기는 일에 전념하게 하였다. 이제 우리는
정암(正岩)과 평암(平岩)의 동반자로 개혁의 선봉에 서서 한국 교회의 견인차
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우리에게 충격을 가져다 준 것은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사태였
다. 언론은 이 사태를 가리켜 “경악, 그 자체였다”고 평하였다. 유사 이래로
미국 본토가 침략을 당한 첫 번째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21세기 첫 번
째 전쟁이 미 본토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세계가 놀라고 이목이 집중되었
다.
지난 9월 11일 테러범들은 여객기 4대를 납치, 워싱턴 국방부 건물과 뉴욕세
계무역센터 건물을 향해 자폭 테러를 감행했다. 이 테러로 110층짜리 세계무
역센터가 전파되었고, 국방부 건물은 반쪽이 됐으며, 무려 3천500여 명이 목
숨을 잃었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주모자로 단정하고 그를 옹호하고 있
는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였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동맹은 미군의 지원에 힘입어 11월 9일 북부 거점도시 마
자르-이-샤리프를 점령했고 13일에는 수도 카불에 입성했다. 그리고
25일에
는 북부의 또 다른 거점도시인 쿤두즈를 함락했다. 이어 북부 동맹은 탈레반
의 마지막 거점 도시이자 최고사령부가 위치한 심장부 칸다하르에 대한 공세
를 강화했고, 미군의 엄청난 공습과 북부 동맹의 대공세 속에 내부 분열로 붕
괴 일로를 걷던 탈레반은 12월 6일 최후 투항함으로서 사태를 일단락 지었
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제 1의 적인 빈 라덴을 잡지 못했고, 아프가니스탄
에 대한 대 테러 전쟁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전쟁은 시간이 갈수록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2월 2일 팔레스
틴의 무장 단체인 ‘이슬람 지하드’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자살 폭탄 테러
를 시작으로 이스라엘 곳곳에서 팔레스틴의 항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스라엘 역시 강경한 자세로 전폭기와 미사일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본부 건물과 야세르 아라파트(Arafat) 자치정부 수반의 헬기장을 폭격하는
등 12월 3일, 보복 수단을 총동원한 대 테러 전쟁을 선포했다. 이 전쟁은 아
랍권과 비 아랍권으로 확장될 조짐도 보이고 있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
다.
한국 교회는 테러와 대 테러 전쟁에 대해 심각
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은 아직도 총칼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 교단에서도 이러한 시
대적 위기 상황을 중시하고 총회고시부에서는 ‘공의와 사랑을 어떻게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지를 성경적 및 역사적 교훈과 현실적 상황(테러국 문제, 남북
문제, 한일문제 참조)에 비추어 논하라’는 강도사 고시 논문 제목을 확정하였
다. 이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성탄절과 더불어 2001년이 저물고 있다. 곳곳에서 평화로운 캐롤 송이
울려 퍼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의 정세를 볼 때 오히려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이번 성탄
절은 온 땅에 궁극적인 평화를 가져다 주실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하여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일이다.
아무쪼록 이 해가 저물면서 이 모든 분열과 고통을 함께 가져가고 희망찬 그
리고 그리스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2002년이 새롭게 다가오길 바라마지 않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