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목회를 경계한다
김재성 합신교수
기독교계 신문의 광고난을 살펴보면, 미국의 대형교회 목사들의 설교를 그대
로 전달하여 주면서 회원모집을 하는 것을 자주 보게된다. 매주 설교를 보내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목회자료를 전부를 모두 받아볼 수 있다. 서울의 ○
○교회는 매달 부교역자를 직접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신흥 대형교회에
파견하여 그들의 모든 프로그램을 참여케 한 후, 그대로 본 교회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일에 관여하는 담당자의 잦은 미국 방문은 동료 부교역자들
과 신학대학원 동기들 사이에 부러움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약 일백여 년의 개화시대 동안에, 서양 선진국의 문화
와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혀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였다. 아시아의 모
든 나라들이 역시 한강의 기적을 배우고 있고, 한국의 경이적인 저력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광범위한 문화수입과 배움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지적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한국
목회자들과 교회의 성숙된 자세가 요
청된다는 점이다. 지금도 해외 석학들과 신학교 교수들로부터 연구성과를 배
워오고, 그들이 저술한 책을 보면서 부지런히 학문을 읽히고 있으며, 저명한
성경주석들을 통해서 바른 성경이해에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목회
활동을 그저 어떤 교회식으로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반성이 요
구된다는 것이다.
교육철학에서 모방은 제일단계에서 필요한 학습방식이다. 하지만 얼마큼 모방
의 단계를 지나게 되면 자신의 것으로 익숙하게 되며, 차츰 자신이 붙게 된
다. 게다가 성숙해지면 자신만이 터득한 특유의 창조와 개발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방은 불가피하고, 문화적 교류는 막을 길이 없는 것이
지만 항상 남의 것을 보고서 그것만을 베끼려는 것은 온당한 자세가 아니라
고 본다.
지금 한국의 모든 문화는 남의 것을 베끼는데 열중이다. 텔레비전의 거의 모
든 프로그램이 그러하여 더욱 외국 문화에 대한 종속적인 현상이 심화될 것이
다. 머리 색깔마저도 서양 외국인들의 흉내내기에 급급한 신세대를 보면서 안
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는 것이다. 자신
의 것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려는
창의적인 자세가 없다. 그런데 일부 대형 교회들이 이런 문화현상을 앞장서
서 주도하고 있고, 전국 모든 교회가 그런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면 이는 참으
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를 향해서 도움을 주고, 그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 많다. 새벽기도회를 비롯하여 열심히 주님을 의지하는 헌신적인 모
습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런 것들은 한국인들의 토속적인 종교심에서 나
온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성경에 나오는 주님의 기도생활
을 그대로 본받아서 실천하는 아름다운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세계 교회는 한국 교회로부터 배우기를 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아시
아를 넘어서 세계 교회의 퇴조화 현상에 대해서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할 단계
에 있는 것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는 한동안 한국 선교사들을 환영하고 받아
들였다. 그러나 요즘 그러한 인기와 호의적인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
다.
전국에 여러 교회들이 일년 예산의 50%이상, 어떤 교회는 70%까지 선교와 구
제에 동원하는 철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이런 교회들이 세계 교회 앞에
새로운 영향을 주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모든 비용을 아끼고, 교회의 모든 건물을 직접 청소하고 관리하며, 교회의 대
형차량을 줄이고 서로 성도들이 카풀제로 모셔오고, 성가대나 교사들의 회식
을 줄이고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목회를 서양의 어떤 교회 것에서 모방해서 따라가야만 대형교회가 될 수 있
고, 새로운 감각에 맞는 교회문화를 창출할 수 있으며, 앞서가는 목회가 된다
는 것은 매우 큰 오판이라고 본다. 한국목회자들이 자신의 토양과 형편에 맞
는 목회활동을 개발하고, 설교의 내용을 가다듬고, 각처에서 개척자의 노고
를 묵묵히 감당하여 나가는 가운데,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세계 교회에게 전
해 줄 경건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