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사 고시의 개선을 제언한다
김영재 교수
근래 우리 교단의 강도사 고시의 관문이 점점 좁아져 가는 느낌이다. 단번
에 합격하는 수험생의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경향인 것 같으니 말이다. 수험
생의 실력이 저하된 때문이거나 출제가 더 어려워졌거나 아니면 채점이 더 엄
해져서 그런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수험생들과 함께 관심 있는 이들은 우
리 한국 교회 역사에서 강도사 고시에 얽힌 여러 가지 사건들을 상기하면서
고시의 의미나 적정성에 대하여 의문해 보게 된다.
강도사 고시는 노회가 신학교에 의탁한 목사 후보생들을 교회의 봉사자로
받아들이면서 그들이 적절하게 교육을 받은 것인지 실력을 점검하는 제도이
다. 목사 후보생을 선발하고 신학교에 교육을 위탁하는 일, 강도사를 인허하
며 목사 자격을 부여하며 목사로 장립하는 일은 노회 고유의 업무요 권한이
다. 현행의 강도사 고시 제도는 한국 장로교회가 오랫동안 실시해 온 제도이
긴 하지만 불변의 원칙은 아니다. 그것이 단지 교회에 유익하다는 판단에서
노회들이 총회에서 총회 고시부에 위임하여 실시해 온 것일 뿐이다.
미국의 장로교 교단들은 대체로 강도사 고시 없이 노회가 목사 고시만 시행
한다. 연합장로교회(P.C.U.S.A)와 미국장로교회(P.C.A.)가 그렇게 하고 있
다. 한국 장로교의 K 교단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렇게 시행하고 있다. 그 교
단에서 그런 조치를 취하게 된 동기는 한 때 강도사 고시가 교회 정치를 위
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불신의 여론이 비등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신학교
교육을 충분히 신뢰하자는 공감에서 그런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이러한 실례
를 든다고 하여 고시의 존폐 문제를 고려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행의 강
도사 고시 제도나 방법이 불변의 원칙은 아니므로 교회의 유익을 위하여 개선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따름이다.
현행의 강도사 고시 방법은 일반 전문직의 자격 고시, 즉 의사, 약사, 변호
사 자격을 위한 고시와 너무나 흡사하다. 전문직 자격 고시는 응시자가 일정
한 수준의 기술 혹은 지식을 갖추었는지를 점검하는 고시이다. 고시 시행 기
관은 전문직의 자격 조건으로 지적인 요건만을 검증하여 응시자에게 자격증
을 부여하면
그만이다. 자격증을 부여받은 수험자는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
하여 무엇을 하든 고시 기관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복음의 사역자의 자
격 요건은 다른 전문직의 자격 요건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고시도 전문직 자
격 고시와는 달라야 한다.
강도사 고시는 단순한 자격증만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고 교회를 목
회할 후보자를 강도사로 인허하여 동역자로 받아들이기 위한 제도이다. 목사
가 지식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식은 목사가 갖추어야 할 자격 요
건의 일부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며 목회할 후보
생의 신앙 인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의 강도사 고시는 지적인 수준만
을 점검하는 제도요 방법이다. 더욱이 제한된 시간에 응답해야 하는 필기 시
험은 암기력이 좋고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비교적 많은 이들, 즉 교
육전도사로 있는 젊은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시험 방법이다.
그러나 그들은 목사가 되는 일이 아직 그렇게 급하지 않다. 그와 반면에,
단독으로 목회하는 비교적 나이 든 수험생들은 목사가 되는 일이 한시가 급하
다. 그리고 이들이 신앙 인격 면에서도 보다 성
숙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주로
낙방을 하는 것을 보노라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들의 낙방은 목사들이 목회
하는 주변 교회들과 전도사의 직분으로 경쟁해야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불리하
며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더욱이 축도를 받으며 예배하고 싶어하는 교인들
이 일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은 딱한 일이다. 현행의
고시는 이런 교회의 사정에는 외면하고 있다. 교회의 발전이나 교세 확장에
역행하는 조치이다.
교회를 세우고 교세를 확장하는 것이 노회와 총회의 정책이라면, 고시부도
그런 정책에 부응하여 고시 제도를 운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필기 시험 대신에 논문을 쓰게 하는 한편, 수험생들을 면담함으로
써 지식과 함께 전인격을 점검하는 고시로, 할 수 있는 대로 목회하는 이들
을 격려하고 세워주는 고시로 개선했으면 한다. 합동신학대학원에서 목사 후
보생을 받는 선발 과정에서 필기 시험보다는 소명과 인격을 점검함으로써 수
험생들을 평가하려는 시도를 이미 10년 전부터 시행해 왔다. 그것이 목사 지
망생을 점검하는 보다 합리적인 방법이라면 고시부는 한 층 더 그런 면
에 역
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각성 운동의 역사와 한국 교회의 역사를 보면 목사를 세우는 일에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인색한 교회는 부흥과 성장에 뒤졌던 사실을 발견한다.
그러므로 고시의 횟수도 노회의 회기처럼 한 해에 두 번 정도 시행하도록 하
여 강도사 고시에 떨어진 이들이 합격하기까지 몇 해씩이나 풀이 꺾인 사람으
로 세월을 보내는 일이 없게 되었으면 한다. 교회의 발전과 유익을 위하여 제
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