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총회의 무기력증을 떨쳐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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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총회의 무기력증을 떨쳐버리자

최근 정부 조직개편안의 혼선과 정의 혼란은 개혁의 주체들은 없고, 오직 이권의 주체들만이 이전투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생과 고난을 감수하면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정치를 본 궤도에 진입하게 하려는 조타수가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 연합기관으로 출범했던 기독교 텔레비전 방송이 거듭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서 경영권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대교단들과 중소 교단들 사이의 갈등이 있고, 주체의식이 없이 서로 떠넘기는 식으로 운영되어 오다 보니까, 결국 경제위기의 시대에 무너지게 된 것이다.

오늘 우리 총회는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 1980년에 시작된 한국교회 개혁의 정신은 비교적 깨끗한 총회풍토를 이룩하면서 빛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현재의 순수한 총회 모습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고 박윤선 목사님, 노진현 목사님을 위시하여 원로 목회자들의 인격과 신앙을 견인차로 하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합동신학 대학원의 교수진과 동문들이 열렬하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면서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원로세대가 서서히 퇴조하는 시점에서 우리 총회는 어떤 모습으로 세워져 가고 있는가?

요즈음, 총회는 연합사업의 무기력증에 휩싸여 있다. 일치된 목소리를 발휘하여 한국 교회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통일문제나, 환경문제나, 실업자나 노숙자 대책이나, 해외선교나 국내전도 사업에 이르기까지 어떤 활동에 응집력을 모으고 있는가? 작년에 추진되었던 교단간의 연합사업을 예로 들면, 줄곧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결국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교단이 한국 교회의 연합이나, 일체감 조성이나, 혹은 복음전도에 있어서나 주도적으로 공헌하고 있는 것은 과연 있는가? 자칫하면 본 난에서 주장하는 바가, 그동안 열심히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서 수고해 온 역대 총회 임원들의 능력이나 자질에 대해 비판을 하려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동안 나름대로 수고해온 임원진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향한 노력이 확산되어야 하겠다는 말이다. 첫째의 대안은, 모든 건설적인 의견이 총회에 격의없이 모아지고, 수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운동이나, 대외사업에 있어서 총회에 참여해 온 일부 인사들만이 계속해서 맡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은 무시되는 일이 많다. 이제는 중요한 정책에 있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전국 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여론을 수집해 보고, 그 추진에 있어서는 다양한 계층의 인재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 총회가 좀 더 활기찬 역할을 감당하고 한국 교회의 명실상부한 소망으로 잘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국 총회 시에 모든 목사
회원들의 참여를 허용하도록 하는 일이다. 목사회원이 모두 참여할 때 전국성도들의 관심과 사랑을 불러 모아서 응집력을 산출해 낼 수 있다. 지금처럼 일부 총대가 선출되어서 대행하는 방식에만 의존한다면 여전히 많은 목사 회원들은 총회와 거리감을 느낄 것이다. 최근에 가입한 교회와 회원들은 총회와는 인연이 거의 없어서 무관심하기 쉽다. 미국 정통장로교회의 총회 시에는 모든 목사회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안은, 합신의 태동기에 주축이던 동문들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모든 총회 사역에 힘을 합치고 진지하게 내일을 향한 비젼 있는 일에 힘을 모아야한다는 것이다. 이제 합신의 초기 동문들이 50세 전후의 장년에 이르렀다. 목회연륜이나 인
생의 경륜에서 볼 때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았고, 중추적인 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교단은 새로워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합신의 재학생들이나, 일반 청년회원들의 눈에 비친 우리 총회의 장년층들, 특히 합신의 초기 개척자들의 모습은 구세대를 답습하고 있고, 매우 무기력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기에 뚜렷했던 비젼이나 투철한 사명의식을 회복해야만 할 것이다.최초의 부활절, 그 당시 제자들은 무능력과 무기력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 선도에 섰던 베드로가 부활하신 주님을 디베랴 호수에서 다시 만남으로서 새로운 능력과 사명을 부여받아 마침내 일어서게 되었다. 부활절은 일대 변화의 분수령이었다.

금년 부활절은 무기력해진 우리 한국 교회와 총회가 주님이 부탁하신 ‘내 양을 먹이라’는 소명감을 재인식하고, 주님의 남은 고난을 위해서 뜨거운 사랑의 마음을 회복하는 절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교회의 문제점만을 꼬집고, 비판만을 일삼으며, 책임져야할 일에는 수수 방관하는 교단으로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교회 개혁보다 몇 배나 어려운 교회 연합사역의 열매를 보여주어야 할 시대이다. 매우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장벽을 허물어 버리고, 신선한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총회를 위해 헌신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