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명 쿠오트 부족어로 12년 만에 신약성경 펴내
정철화 번역선교사(GBT 소속, 합신 6회)
지난 1988년 12월 파푸아뉴기니의 쿠오트 부족 번역 선교사로 한국을 떠난 정
철화 선교사가 마침내 2000년 11월 신약성경을 완역하고 잠시 귀국했다. 이것
은 12년 만에 이룩한 쾌거이며 성서공회에 의뢰해 지난 달 인쇄를 마친 상태
이다. 쿠오트어 성경은 현재 선편으로 현지로 이동 중이며 12월 중순이면 마
을 근처 항구에 닿을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 1월 26일에는 원주민들에게 전해
지게 된다.
“저 같이 부족한 사람이 이 일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주께서 이루어
주셨기 때문이었죠. 지금도 제게는 꿈만 같기만 하구요, 이 일을 생각하다가
요즘도 잠을 설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정 선교사는 쿠오트 부족어
로 발행된 둔탁한 성경책을 신비하게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아직도 번역
작업에 몰두해 있
던 상태의 심리적 부담감의 무게를 손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큼 성경 번역에 대한 정 선교사의 열정이 아직도 식지 않은 상태
이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엠마오 마을로 가는 두 제자를 만나주시는 장면을 번역
할 때에는 너무나 경외감에 쌓여 부활하신 주님께 경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
다. 천상천하의 영광을 얻으신 주님께서 무지하고 연약한 두 종을 변함 없이
대하시면서 꾸짖지 않으시고 오히려 일일이 성경을 풀어 그리스도가 누구인가
를 깨닫게 하시는 그 수고가 얼마나 송구스럽고 감사하던지……” 여기에서
정 선교사는 아직도 감격에 겨워하는 듯 잠시 말문을 닫았다.
뒤늦게나마 복음을 깨달은 두 제자가 서둘러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던 것처럼,
생명의 복음을 제공한다는 감격이 번역 선교사의 사명감에 불을 질렀다고 강
조하고 있다. “복음을 접한 감격의 폭발성은 한낱 다이너마이트 류에 비할 바
가 아니죠.” 엠마오의 두 제자가 느꼈던 ‘역전된 기쁨’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지난 12년 동안 쿠오트 부족어로 성경을 번역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
다.
불과 1,400명만이 사용하
는 쿠오트 부족어지만 앞으로 이 사람들과 그 후손들
이 문자를 터득하면서 동시에 복음을 깨닫게 될 것을 바라보면 그동안의 수고
와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니란다. 더욱이 인생의 황금기를 이 일에 종사한 희생
을 밑거름으로 이 사람들의 언어로 성경이 탄생했다는 보람은 이 세상에서 얻
는 어떤 기쁨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이제 겨우 신약성경 번역을 마쳤을 뿐입니다. 이제부터는 이 성경으로 쿠오
트 족에게 복음의 빛을 비추어야죠. 그래서 엠마오의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
럼 그들의 영혼에 불을 질러야 합니다.” 정 선교사는 번역 선교사라기보다는
그들의 영혼을 사랑하는 목회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로 복음
을 전파하고 교회를 설립하여 원주민들과 일평생 함께 주님을 모시며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오랜만에 들어 온 한국이 왠지 낯설기만 하다는 정 선교사는 새로 출판된 성
경을 원주민들과 나눠 갖고 여호와께 예배드리고자 하는 바램과 설렘으로 들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속히 쿠오트 마을로 돌아갈 듯이 가방을 싸들고 개혁
신보사 사무실을 나가는 정 선교사의 발걸음 속에서 기자는
마치 엠마오의
두 제자들이 예루살렘을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엿 볼 수 있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