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사님들을 섬기고 돌아 와서
사회 복지부 안 두익 목사(동성 교회)
한국 교회의 은퇴 목사의 노후는 대부분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 생을 복음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았지만, 목회 현장을 떠나 살아갈 때 그 공허함이란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역의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 누구보다 인생을 한 길에만 쏟은 사람들일수록 더 어렵다. 한 순간에 함께하던 교우들과 떠나는 그 순간, 그 허탈감은 당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현실이기에 견뎌 보려고 애를 쓰지만, 또 하나의 아픔의 문제가 바로 의식주 문제다. 이제 좀 누리고 살만한 나이에 아무 것도 준비한 것이 없이 살다보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때가 많다. 병이 들어도 제대로 치료조차 못하는 정말 딱한 처지에 계신 분들, 딱히 수입이 없기에 자녀마져 없는 은퇴 목회자들은 그야말로 노년이 비참하기 짝이 없다,
우리 일행이 충청남,북도를 다니면서 만난 은퇴 목사님들을 뵐 때 목사님들의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막상 뵐 때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말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하던 분들이 이제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저 평범한 촌로에 지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얼굴 마디마디에 패인 주름살은 그동안 살았던 삶의 흔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 왔다.
그러나 은퇴 목사님을 만나 뵈면서 후배 목사로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비록 일상의 힘듬이 있어도 헤어질 때 반드시 우리 일행을 위해 기도를 해 주셨다. 우리를 위해 축복 기도를 하실 때, 그 음성은 야곱이 바로에게 축복하는 그런 권세가 있었다. 나는 새삼 이런 생각을 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음식이 있지 않은가? 오래 묵힐수록 맛이 깊어지는 음식이 있다. 예를 들어 묵은지나 장독에 묻어둔 장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대부분의 음식들은 오래 될수록 썩어서 먹을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그 인격이 숙성되어 푸근함이 묻어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누구라도 그 품에 안기고 싶은 사람이다. 반대로 나이 들수록 인격이 천박해 지고 악취가 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누구라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사람이다. 우리 교단의 은퇴 목사님들은 전자에 속한다. 세상이 그분들의 수고와 헌신을 알아주지 않는다 할찌라도 그분들 속에는 감히 세상이 주지 못하는 예수님의 향기가 우리를 배웅하는 모습 속에 묻어나 있었다.
그러나 모세가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받기를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능욕을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으니 이는 상주심을 바라봄이라(히11:2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