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둘러앉기 _ 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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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둘러앉기

 

유난히 발 시리던 겨울. 함께 둘러앉으면 참 따뜻했다. 작은 방 구들목에서 번져 오는 온기를 이불 밑에 모여든 발가락으로 감지하며 밤늦도록 이야기 불 지피던 날들. 뒤늦게 온 친구를 위해 빈틈없던 고리를 느슨히 풀고 서로 조금씩 움직여 자리를 내 주면 그 비좁던 방이 신기하게도 넉넉해졌다.

둘러앉기의 미학. 적의를 품고 다투던 사람들도 둘러앉으면 잠시 어색한 순간을 가로질러 온기의 본류에 합류했다. 명절에 함께 둘러앉은 우리 마음이 푸근해진 것은 산해진미의 포만감이나 어떤 자랑거리 때문은 아니었다. 상대적 풍요감이나 빈곤감과는 거리가 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근원적 정의 발현. 가족이든 친척이든 친구든 이웃이든 둘러앉을 때는 냉기를 녹이는 따뜻함이 생성됐다.

그래서 늘 혼자인 사람들이나 기웃거리며 주저하고 서성이던 사람들의 손을 이끌어 함께 둘러앉기를 청하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중요한 표현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사회의 가장 안정적 기초를 다지는 ‘황금률’의 실천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기본적 예의를 갖춘다면 누구든 둘러앉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나미 교수는 ‘한국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늘 남과 비교하며 누군가를 앞서야 하고 자랑거리로 가득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한국인의 콤플렉스가 사회적 갈등의 뿌리라고 했다. 그런 사회는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고 늘 ‘나만 희생자’라는 자기중심적 가치관으로 남에게 쉽게 상처를 주어 화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각자의 길만 추구하고 함께하는 미덕이 희미해져 가는 세태. 건강한 자기정체성만큼 건강한 사회의식도 겸비해야 건전한 사회를 이룬다. 둘러앉기는 애써 화목을 이루어 가는 첫걸음이다. 사상이나 의견이 달라도 남북, 북미, 한일, 여야, 남녀노소 등 모든 영역에서 일단 둘러앉아 자주 대화를 나눠야 한다.

둘러앉되,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낄 틈을 주지 않으면 둘러앉기는 파벌, 작당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 갈등이 많은 우리 사회에는 조건 없이 둘러앉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나가는 나그네라도 그가 원한다면 손을 잡아 이끌어 한 자리 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따뜻한 둘러앉기. 긴 겨울을 함께 이겨 내는 비법이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