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당신은 인간이오 _ 박부민 편집국장

0
77

햇빛편지

당신은 인간이오

 

개선하는 로마 황제의 옆에서는 철학자가 “당신은 인간이오.”라는 말을 부단히 반복했다고 한다. 황제가 신처럼 숭배되던 시대였지만 그는 결코 신이 아니고 인간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 주는 장치였다. 황제의 자아도취는 제국의 쇠망과 국민 고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었다.

역사상 많은 독재자들은 자아도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언론을 통제하여 좋은 말만 하게 하고 오류는 감추고 실적은 부풀리며 유형무형의 우상화를 시도하기 일쑤였다. 나치의 선전대장 괴벨스가 히틀러 옆에서 저지른 가공할 죄악이 그것이다. 멀리는 왕들이, 가까이는 일제와 북한과 남한의 독재 정권도 그러했다. 그런 체제 아래서는 지도자가 정직한 평가를 듣고 반성할 기회가 드물다.

퇴계의 제자 학봉 김성일의 가르침이 있다. 道吾過者是吾師, 談吾美者是吾賊 (도오과자시오사, 담오미자시오적). 나의 잘못을 말하는 자가 나의 스승이고 나를 좋게 말하는 자는 나의 적이다. 이는 자기 과대평가를 경계한 말이다.

그러나 이를 ‘잘못을 지적하는 말은 무조건 유익하고 좋은 말은 무조건 독이 된다.’고 적용하는 건 이 교훈의 본질을 왜곡한다. 잘못이나 좋은 말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은 화자의 주관적 해석과 감정이 아니라 당연히 객관적 근거에 준해야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김성일 자신은 악한 자를 너무 증오하며 모난 것 때문에 관홍(寬弘)이라는 글자를 벽에 붙여 늘 반성했다고 한다. 이는 널리 관대하자는 것인데 타인의 선행에서 겸허히 배우고 자신의 객관적 오류를 알면 반드시 고치려 애쓰는 태도를 말한다.

개인이든 나라든 자아도취는 위험하다. 유다 마지막 왕 르호보암의 비호세력은 감언으로 왕의 분별력을 가렸다. 왕은 여론과 원로들의 충언을 무시했다. 결국 나라가 남북으로 분열되었다. 칭찬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권고도 필요하다. 그 둘을 관홍으로 교훈 삼으면 유익하다. 칭찬에 교만해지거나 분별력을 잃지 않으며 비평에 흥분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반성하는 자세. 그것이 섬기는 자리의 모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나만이 해결사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영웅적 리더십이 항상 옳지는 않다. 화합의 시너지는 지도자의 낮아짐과 섬김의 자세에서 나온다. 섬김의 바탕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십자가의 자리요 또한 관홍의 정신이다. 천하의 로마 황제도 일부러 시켜 듣던 말. “당신은 인간이오”. 하물며 높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백성일 뿐, 황제도 큰 스승도 아니고 위대한 지도자도 아닌 나는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