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안구건조증 _ 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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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안구건조증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언젠가 갑자기 앞산이 흐려지고 마을 사람들이 겹쳐 보였다. 무엇이 잘못 되었나 몹시 당황하여 거푸 세수를 했다. 눈을 씻고 다시 하늘과 땅과 나무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래도 물상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았다. 병원에 갔더니 여러 조사 끝에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했다. 안과 치료를 받으며 날마다 안약으로 정화시키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늘 충혈되어 눈물이 마르는 증상이 한몫했다. 바라볼 하늘과 산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눈앞의 것에만 초집중하여 시야를 좁히는 삶이란 안구건조증을 부르는 통로이다. 지금도 무엇에 몰두하며 눈을 혹사시키고 있는지 돌아보면 부끄럽고 허전한 마음이다. 눈의 수분이 증발하도록 나는 무엇을 집착하며 응시하는가.

시편 기자가 눈을 들어 산을 보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눈을 들어 주를 우러러보라고 한 그 마음도 알겠다. 땅에서 혈안이 되어 추구하는 것들의 대개가 영적으로 건조하게 만드는 병인이다.

핏발 선 눈으로 교회 잔멸에 앞장서던 바울도 주를 만나 눈이 멀었다. 그는 다메섹에 들어가 사흘 후에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벗어져 다시 보게 되었다. 새 세상이었다. 아씨시의 프란시스도 주를 만나고 창조 세계의 본질을 다시 보았다. 어제의 하늘, 어제의 땅과 구름, 물과 바람이었지만 오늘 그의 눈에는 다 새로웠다. 그 자신이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주의 나라를 새롭게 본 것이다.

주를 만났을 때만 새 눈을 뜨는 것은 아니다. 이후로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눈을 맑게 씻어 주를 바라보아야 한다. 주를 우러러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주의 시야로 멀리 보고 늘 영적 안목을 새롭게 해야 한다.

문득 앞길이 흐려질 때 미세 먼지나 다른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내 안구건조증 탓은 아닌지 살피자. 옆 사람이 왜곡되어 보이고 당면 문제에 대한 분별력의 시정거리가 짧아질 때 실핏줄이 터지도록 과몰입하고 있는 내 습관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