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백한의 사랑_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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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한- 사진/daum백과

햇빛편지

백한의 사랑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수년 전 별난 새 한 마리를 구경했다. 어느 분이 정성껏 기르고 있던 꿩 종류인 백한(白鷳)이었다. 닭장 구석에 수컷 백한이 몹시 초조한 표정으로 웅크리고 있었다. 암컷이 알을 낳은 후 기진해 죽자 남은 수컷이 대신 그 알을 품은 것이다.

  후미진 데서 며칠째 식음을 폐하고 세상 누구도 위협 못하도록 알 위에 눈 시린 흰 몸을 덮은 채 시뻘겋게 피 머금은 얼굴로 머릿깃을 파르르 떨며 생땀을 흘려대던 그 모습. 오로지 제 새끼를 지키느라 사력을 다해 새까만 긴장이 타들어가는 눈빛.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는 그 부성애가 큰 감동을 주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진지하고 숭고한지 가슴이 뭉클했다. 음식도 마다하며 오로지 알을 품는 데만 진력하던 백한의 그 사랑과 절절함을 잊을 수 없다.

  시대가 각박하니 종종 원치 않게 자기 몫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가족이나 남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때로 삶을 돌아보면 내 한 몸 추스르기도 벅차 부끄럽기도 하고 사람도 백한만 못한 사람이 있겠지 싶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백한의 부성애와 가족애에 못지않게 마음 깊이 가족을 사랑할 터인데……

  절망적 상황과 궁핍함에 짓눌려 자녀 양육을 포기하고 심지어 생을 버리는 부부나 일가족들의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안타깝다. 남자든 여자든 가족을 사랑하여 자녀들을 위해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안정된 사회가 되길 기도한다. 힘에 겨운 부부들과 가정들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워 주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또한 주변과 온 땅의 소외된 이웃들까지도 함께 정성껏 돌아보면 좋겠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나눌 줄 아는 그리스도의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