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터줏대감_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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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터줏대감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터주란 사전적으로 마을이나 단체 따위에서 제일 오래 되어 주인처럼 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회 곳곳에 터주가 있다. 좋은 의미에서 터주는 그 집단의 역사적 산 증인이요 위기 때마다 지혜롭고 무게 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원로이다.

  그런데 거기서 파생된 터줏대감이라는 말이 있다. ‘대감’이란 말이 덧붙으니 터주이면서 권세를 가진 자라는 의미가 부가된다. 이 대감이 집단을 조용히 섬기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본연의 자리를 이탈하지 않으면 존경 받는 자가 된다. 그러나 그가 대감처럼 막강한 권세를 휘두른다면 그 집단은 불행의 길로 간다.

  부당한 터줏대감들이 권세를 행사하는 두 가지의 방식이 있다. 하나는 인격자인 척하면서 앞잡이들을 전면에 두고 자신은 뒤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스스로 대놓고 가시적 권세를 부리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그 집단이 받는 스트레스는 크다.

  최근의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각계의 뒤틀린 터줏대감들의 초상을 보면 그들 대부분이 권세를 남용하는 폭압적 자의식으로 가득 찬 부류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그 분야나 단체에서 가장 오래된 자타공인 실력자이며 그 입김과 언행이 법적 효력을 지닐 만큼의 지명도가 있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기를 좋아한다. 그러니 그 권세가 무서운 사람들은 폭력을 당하고 갖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그 사실을 드러내 놓지 못하고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교회의 영역에도 터줏대감들이 있다. 좋은 터줏대감은 모두에게 존경받는 원로이다. 그러나 쓴뿌리 같은 터줏대감들도 버젓이 교회 안팎에서 권세를 부린다. “나 아니면 못한다”는 자부심으로 옷 입은 그 대감들은 사실은 교회의 장애물임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어느 때나 주인 행세를 하며 사사건건 반대하며 성경적 권위를 무시하고 구성원들을 쫓아내거나 거부하고 좌지우지하는 권세의 맛에 길들여져 있다. 왜곡된 터줏대감들이 대감의 감투를 벗어 버리고 선한 영향력의 겸허한 터주로 돌아갈 때 그 집단의 참된 질서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