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바라기_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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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겨울 해바라기

<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종일 함박눈이 내린 밤에는 창호지 불빛이 유독 붉게 피었다. 감잎들이 달빛을 덮고 사그락거리는 쓸쓸한 뒤란의 겨울이 한 자 더 깊어지면 이불 속에서도 쉬 잠들지 못하고 봄이 오는 쪽으로 시린 귀를 열었다. 그러나 눈바람 소리만 배고픈 늑대울음처럼 밤새 뒷산을 헤집고 다녔다.

   버젓한 놀이터도 별다른 놀이기구도 없었다. 아침부터 모여든 조무래기들은 거듭 쌓인 눈의 무게에 툭툭 솔가지 부러지는 숲에서 꿈을 좇듯 토끼몰이를 했다. 그러다 무료해져 둠벙에 들어가 썰매를 지치고는 몸이 얼면 옹기종기 붙어 따스한 해바라기를 하였다.

   집 안팎의 추위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겨우내 우리를 따뜻한 행복에 젖게 했던 것은 한낮의 해바라기와 밤의 화롯불이었다. 화롯불을 쬐는 일은 어른들이 잠자리에 들면 바로 끝나는 짧은 꿈같아서 우리에겐 구름 적은 날의 해바라기만이 온기의 근원이었다.

   언덕에 기대어 갈라터진 손으로 콧물을 훔쳐가며 노래하고 장난도 치고 알 수 없는 마음의 서글픔을 나누면서 우리는 어린 날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 더 눈이 내리고 땡땡 얼음이 얼고 땟국이 덜 가신 얼굴에 찬바람이 요리조리 벌겋게 싸리비 자국을 내며 동구 밖으로 달아날 때 봄은 천천히 동백꽃 수줍은 미소로 걸어왔다. 그제야 지푸라기 처마 끝의 고드름들이 동시에 줄줄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리의 삶에도 이렇게 겨울이 깊어 차갑고 쓸쓸한 날들이 있다. 시퍼런 고드름처럼 얼어붙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그 속에도 근원적인 온기를 공급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있고 서로 위로하며 해바라기를 하는 아름다운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지금 눈보라 겨울 강을 건너는 그대여. 칼바람이 훑고 간 쓰린 상처들을 어루만지시는 좋으신 하나님이 계신다. 그렇기에 머잖아 봄은 더없는 큰 기쁨의 햇빛을 동반하고 우리 삶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눈물겹게 다가 올 것이다. 눈부시고도 분명하게 찾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