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눈곱_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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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곱

아침 눈꺼풀이 무거워 놀랐다. 요란한 손가락질로 비벼 대니 늪 하나 삼킨 듯 더 침침하고 가려웠다.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삶이란 맑고 투명하다가도 가끔 답답한 이끼가 덮이거나 해괴한 작은 돌 하나 굴러와 영혼까지 따갑게 한다는 걸.
일어나 세수하며 슬며시 떼어 내니 눈망울 가득 쏟아지는 하늘이 보인다. 꼭 흉한 것만은 아니구나. 눈 부릅떠 애쓰다 누적된 피곤이 차마 고름이나 눈물이 되지 않고 응결된 고약처럼 밤새 나를 치유하며 깊은 휴식을 도운 흔적이 된 것. 새날의 이야기, 그 첫머리를 진득하게 내 몸에 새기려는 것이리라.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