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햇빛 골짜기-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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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 골짜기

 

 밤을 견딘 것들은
 대체로 온몸이 젖어 있다
 숲 깊이 맑은 눈물 풀어
 서로를 씻어 주기 때문이다
 눈구름 앓던 능선이 등을 펴
 남은 어둠을 마저 벗어 내자
 징소리로 회오리치는 긴 산울림
 새들은 솟구쳐 날고
 흉터마다 안개를 덧바른
 산의 근육이 푸르르 꿈틀댄다
 벼랑에서 너덜겅
 얼음 녹은 자드락까지
 벌써 노루 몇 마리 뛰어다니는 듯
 이름 없는 돌들과 나무들 들썩이니
 쑥향 자욱한 밭두렁 아래
 늙은 고샅길 핏줄은 더 팽팽해진다
 돌아왔구나, 꽃송이들
 따순 바람결에 새 숨을 토하며
 절절히 반짝이는 햇빛 골짜기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